<그대를 원하다> 작가의 말

 길거리에서 한국 사람은커녕 동양인조차 쉽게 만나기 힘든 촌구석에 살다 보니, 콩나물 하나를 사려고 해도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인 댈러스까지 나가야 한다. 쌀, 라면, 배추, 삼겹살, 어묵 등 기다란 쇼핑 목록을 챙겨 들고서 댈러스 한인상가를 찾는 일이 월례행사가 된 지 오래다.

I-20 도로를 타고 달리다 보면 댈러스를 오십여 마일 남겨둔 지점에 커다란 입간판이 하나 서 있다. 온통 검은색 바탕에 ‘It is finished(John 19:30)’라는 하얀색 글씨가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직역하면 ‘끝냈다’지만, 이것을 의역해놓은 성경 구절을 찾아보면 ‘다 이루었다’가 된다. 예수가 십자가상에서 남긴 칠언七言 중 하나다.

죽음과 맞닥트린 순간 다 이루었다는 유언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과연 몇이나 될까? 길다면 길고, 또 짧다면 짧은 내 삶을 돌아볼 때 나는 과연 다 이루었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여러 가지 여건으로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일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겁 없이 시작은 해놓고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글쓰기 하나만 보아도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끝마무리에 약한지 쉽게 알 수 있다. 노트북에 작업해둔 시놉시스가 다섯 개, 서론 부분만 쓰고 덮어버린 파일이 또 다섯 개, 삼분의 일쯤 진도를 나갔다가 역량 부족으로 포기한 것이 세 개다. 심지어 어떤 것은 자료 조사만 오 년째 붙잡고 있다.

그래도 글쟁이 이지아로 살아온 만 칠 년 동안 일곱 종 아홉 권의 이야기를 끝마쳤다는 것으로 나름 위안을 삼고자 한다. 이제그대를 원하다가 세상 밖으로 뛰쳐나갈 준비가 되었으니 여덟 종 열 권의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셈이다.

어떤 일을 끝마친다는 것은, 그 일이 글쓰기든 청소든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개중에는 아쉬움이 남고 미련을 떨쳐버리기 힘든 것도 종종 있다. 앞으로 십 년쯤 세월이 지난 후 책으로 나온그대를 원하다를 읽다 보면, 새삼스레 안타까운 회한이 밀려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대를 원하다를 작업하는 동안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탓이다. 초고를 쓸 때도, 몇 차에 걸친 수정을 거듭할 때도 감히 최선을 다했노라 말하련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는 물론이고 심지어 조사조차도 고르고 골라 썼으며, 다듬고 또 다듬었다.

이렇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서 차례차례 마침표를 찍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다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최소한 글쟁이 이지아로서의 삶은 말이다. 부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대를 원하다가 세상 밖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하는 동안 참으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특히 신희현님을 비롯한 여우비 편집부의 원활한 협조가 없었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그저 고맙고, 고마울 뿐이다. 허점투성이 원고를 기꺼이 리뷰해준 박윤희님에게 이번에도 역시 큰 빚을 지고 말았다. 언제나 이 마음의 빚을 다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끝으로 소설향 가족들,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당신들이 있어 지난 칠 년을 글쟁이로 버틸 수 있었던 듯싶다. 정말 감사하다.  

by 지아쿨 | 2008/09/07 12:40 | 연애소설 | 트랙백 | 덧글(11)

<그대를 원하다> 시놉시스

♠제목
그대를 원하다

♠주제
진정한 사랑은 함께 소유함에 있다

♠기획의도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라는 에리히 프롬의 말이 있다. 상대를 소유함이 아니라 상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뜻이리라.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함께 소유함 역시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은 아닐까 한다. 인생의 희로애락은 물론 삶 자체를 두 사람이 공유한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사랑은 아닐 런지. 사랑은 여러 가지 모습을 갖고 있기에 말이다.

♠등장인물
1.이보경-여, 27세
대학에서 미술사 전공
<동일제약> 社主의 큰아들인 안형민과 약혼 후
친구들과 함께한 발리 여행에서 그의 외도를 목격하고 한 달 만에 파혼
어머니 지현의 친구 정송임이 경영하는 갤러리 <공간>에서 큐레이터로 근무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책임의식에 정략결혼으로나마 집안의 보탬이 되고자 함

2.서동석-남, 32세
바이오테크놀로지 회사인 <메디나> 사장
의대를 목표로 공부했으나 가난 때문에 진로를 수정해 지방대 약학대학에 진학
대학시절 주식투자로 마련한 쌈짓돈을 털어 친구 백성진과 함께 벤처를 시작함
감귤에서 추출한 항산화제(Antioxidants)로 큰돈을 벌어들임
현재 천연 석탄산에서 추출한 페놀계 화합물로 난소암 치료제 개발 중

3.안형민-남, 32세
<동일제약> 기획실장이며 社主의 큰아들
야심만만한 인물로 <일성화학> 이주완 회장을 쓰러트린 실체
보경과의 정략결혼을 통해 <동일제약>과 <일성화학>의 기업합병을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자 최갑수 이사와 윤상식 이사를 이용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도모
현재 <일성화학>을 인수한 <메디나>를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음

4.허인서-여, 27세
보경과 고등학교, 대학교 동기동창
놀기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김
에둘러서 말하는 법이 없는 직설적인 성격
가족으로 <한사랑병원> 원장이자 외과의사인 아버지 허정길,
산부인과 전문의인 언니 인혜와 영상의학과장 형부 방태선
그리고 내과 레지던트인 오빠 인중이 있다.

5.백성진-남, 32세
성질이 불같으면서 소처럼 우직한 면모가 있는 인물
동석의 죽마고우이자 <메디나> 상무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땅과 밥에 대한 집착이 강함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타이어 공장에 취직, 10년을 한결같이 근무함
동석이 사업을 시작할 때 전재산을 털어 내줄 정도로 우정과 신뢰가 돈독한 사이

6.다케야마 히로시(竹山洋)-남, 58세
일본 제일의 제약회사인 DGM의 회장으로 재일교포 2세
명동 사채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하는 강대일(오촌조카)의 錢主
대일을 통해 동석을 소개받음
<메디나>의 최대투자자 중 한 사람

7.이주완-남, 62세
보경의 부친
의약품 및 화장품 생산업체인 <일성화학> 회장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하여 현금수급의 문제를 겪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

8.박지현-여, 52세
보경의 모친
지방유지의 고명딸로 태어나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자라 남편의 부를 누리기만 함
사치가 심하고 다른 이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편
심장이 약함(지병)

9.김영숙-여, 55세
동석의 모친
일찍 남편과 사별 후 시장에서 생선 행상을 하면서 홀로 동석을 키움
생활력이 강하고 아들에게조차 기대지 않으려고 함

10.정송임-여, 52세
지현의 여고 동창생으로 갤러리 <공간>의 대표
<일성화학> 창업 당시 거액을 투자하여 오 퍼센트 남짓한 지분 소유

11.김익환-남, 73세
추상화가로 미술작품 <귀천> 매매과정에서 보경과 남다른 인연을 맺음

12.김일겸-남, 53세
<일성화학> 고문변호사

13.최갑수 & 윤상식-두 사람 모두 50대 후반
<일성화학> 이사
형민과 비밀거래
동석으로부터 <일성화학> 경영권을 빼앗아올 기회를 호시탐탐 노림

14.양주댁-여, 45세
보경의 집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
12년 전 다섯 살짜리 딸의 익사로 인해 남편과 이혼
세 살짜리 아들의 양육권마저 전 남편에게 빼앗기고 방황하던 중
보경의 집에 들어와 살면서 그녀를 친딸처럼 보살핌

15.송복순-여, 60대 중반
동석의 회사 근처 종로에서 토스트 노점상을 함
말은 사뭇 거칠지만 마음은 한없이 따뜻한 인물
남편은 월남전에서 전사
홀로 키우던 유복자 아들마저 군부대 내 총기사고로 잃음

♠차 례
프롤로그
마약토스트
그녀는 예뻤다
호랑이 연고
수국, 그 차가움
얄궂은 운명
어긋난 인연
보이지 않는 바람
폭풍 속으로
홀로서기 혹은 마주보기
거리의 연인들
에덴의 동쪽 끝에 서다
악마의 속사임
자귀나무
평행선을 긋다
길은 험하고 비바람 거세도
그대만 곁에 있으면
언제까지나
에필로그
작가의 말

♠줄거리

사랑하기 때문에 정략결혼을 제안하는 보경, 지켜주고 싶기에 정략결혼을 수락하는 동석.
서로를 향한 진심을 숨긴 채 시작된 결혼생활은 외줄타기처럼 위태롭고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그는 그녀가 가업을 지키기 위해 결혼했다고 생각하고, 그녀는 그가 마음의 안식을 위해 결혼했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의 섣부른 판단은 불필요한 오해를 부르고, 그 오해는 급기야 서로에게 뼈아픈 상처가 된다. 무수한 생채기를 남기고서야 비로소 힘들게 내뱉는 말, 두 사람의 가슴 깊은 곳에 꼭곡 감추어온 바로 그 말. <그대를 원하다>

by 지아쿨 | 2008/09/07 12:34 | 연애소설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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