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9월 07일
<그대를 원하다> 작가의 말
I-20 도로를 타고 달리다 보면 댈러스를 오십여 마일 남겨둔 지점에 커다란 입간판이 하나 서 있다. 온통 검은색 바탕에 ‘It is finished(John 19:30)’라는 하얀색 글씨가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직역하면 ‘끝냈다’지만, 이것을 의역해놓은 성경 구절을 찾아보면 ‘다 이루었다’가 된다. 예수가 십자가상에서 남긴 칠언七言 중 하나다.
죽음과 맞닥트린 순간 다 이루었다는 유언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과연 몇이나 될까? 길다면 길고, 또 짧다면 짧은 내 삶을 돌아볼 때 나는 과연 다 이루었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여러 가지 여건으로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일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겁 없이 시작은 해놓고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글쓰기 하나만 보아도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끝마무리에 약한지 쉽게 알 수 있다. 노트북에 작업해둔 시놉시스가 다섯 개, 서론 부분만 쓰고 덮어버린 파일이 또 다섯 개, 삼분의 일쯤 진도를 나갔다가 역량 부족으로 포기한 것이 세 개다. 심지어 어떤 것은 자료 조사만 오 년째 붙잡고 있다.
그래도 글쟁이 이지아로 살아온 만 칠 년 동안 일곱 종 아홉 권의 이야기를 끝마쳤다는 것으로 나름 위안을 삼고자 한다. 이제『그대를 원하다』가 세상 밖으로 뛰쳐나갈 준비가 되었으니 여덟 종 열 권의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셈이다.
어떤 일을 끝마친다는 것은, 그 일이 글쓰기든 청소든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개중에는 아쉬움이 남고 미련을 떨쳐버리기 힘든 것도 종종 있다. 앞으로 십 년쯤 세월이 지난 후 책으로 나온『그대를 원하다』를 읽다 보면, 새삼스레 안타까운 회한이 밀려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대를 원하다』를 작업하는 동안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탓이다. 초고를 쓸 때도, 몇 차에 걸친 수정을 거듭할 때도 감히 최선을 다했노라 말하련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는 물론이고 심지어 조사조차도 고르고 골라 썼으며, 다듬고 또 다듬었다.
이렇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서 차례차례 마침표를 찍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다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최소한 글쟁이 이지아로서의 삶은 말이다. 부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대를 원하다』가 세상 밖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하는 동안 참으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특히 신희현님을 비롯한 여우비 편집부의 원활한 협조가 없었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그저 고맙고, 고마울 뿐이다. 허점투성이 원고를 기꺼이 리뷰해준 박윤희님에게 이번에도 역시 큰 빚을 지고 말았다. 언제나 이 마음의 빚을 다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끝으로 소설향 가족들,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당신들이 있어 지난 칠 년을 글쟁이로 버틸 수 있었던 듯싶다. 정말 감사하다.
# by | 2008/09/07 12:40 | 연애소설 | 트랙백 | 덧글(11)


